1974년 4월 15일 오전 8시 5분 부산광역시.
김상범(12세)군은 평소와 같이 학교를 가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9시가 지나 첫 수업이 시작되었음에도 김상범 군은 학교에 도착하지 않았다.
개근상을 받을 정도로 성실한 김상범 군이 등교하지 않자, 담임선생님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그의 부모님에게 연락을 취했다.
전화를 받은 김상범의 부모님은 충격에 빠졌지만, 주변 사람들과 경찰의 도움을 받아 곧바로 아들을 찾기 위해 나섰지만, 아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4월 16일 오후 6시20분경.
김상범 군의 사진을 들고 에덴공원을 수색하던 중 산길에서 한 여자가 작은 단서를 제공했다.
15일 오후 3시 30분경에, 다른 상인이 근처에서 흩어진 어린 학생의 모자와 도시락을 주워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도시락이 발견된 장소로 향했고,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때, 한적한 숲 아래 비스듬히 놓인 공중화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한 예감이 든 경찰은 발걸음을 옮겼다.
화장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곳에서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약 1평 남짓한 공간, 코를 찌르는 악취와 여기저기 얼룩진 혈흔.
그리고 문을 막으려는 듯 돌로 고정된 화장실 문.
안으로 들어가자, 머리와 왼쪽 다리가 변기 속에 걸쳐져 있고 주위에 피가 흩어진 채로 놓여있는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렇게 김상범 군은 하루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경찰 수사가 즉각 시작되었다.
김상범 군은 4월 15일 9시 30분에서 10시경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범인은 김상범 군의 오른쪽 목에 3cm 정도 되는 날카로운 물체로 찌른 뒤 나일론 끈으로 그를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살해 당일 오전 9시 30분경은 마침 방공 훈련이 진행되던 시간이었다.
경찰은 범인이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시간을 이용해 김상범 군을 납치하고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당시 김상범 군이 발견된 에덴공원은 학교와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가 자발적으로 그곳에 간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이러한 단서들은 범인이 김상범 군에게 악의를 품고 그를 속여 납치한 뒤 살해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주변에서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기 시작했지만, 두 명의 목격자가 제공한 진술은 서로 엇갈렸다.
첫 번째 목격자는 에덴공원 입구에서 간식을 팔던 엄 씨로, 4월 15일 오전 11시경, 회색 잠바와 청색 바지를 입은 30대 중후반의 남성이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며 김상범 군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함께 라면튀김을 사서 공원 화장실 쪽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두 번째 목격자는 에덴공원 근처 삼미식품에서 일하던 윤 씨였다. 그녀는 4월 15일 오후 3시까지 여러 사람이 에덴공원 화장실을 사용했지만, 그 시간 동안 화장실 어디에서도 김상범 군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 김상범 군의 위 속에서는 잘게 부서진 라면 사리가 발견되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엄 씨의 목격한 남자아이가 김상범 군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증거를 바탕으로 경찰은 범인이 김상범 군과 친분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김상범 군의 아버지와 원한 관계가 있을 만한 사람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상범 군의 먼 친척인 유 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유 씨는 김상범 군의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아 회사를 그만둔 적이 있었고, 사건 당시에도 유력한 인물로 의심되었다.
그러나 그는 인천에서 유조선 선원으로 일하며 승선을 대기하고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제출했고, 강도 높은 조사 끝에 알리바이가 성립되어 혐의가 풀렸다.
이후 수사는 김상범 군의 아버지에게로 향했다.
김상범 군의 아버지는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이었고, 회사의 여성 직원과 불륜 관계에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사건 당일에는 유괴범의 요구에 응하겠다며, 현금으로 미리 200만 원을 준비해 둔 정황도 있었다.
이점을 수상하게 여겨 아버지와 여직원을 심문하였으나,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은 결정적인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수사본부가 해체되었고, 1989년에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미제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