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9일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여보세요, 전화 받았습니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빠르게 이어졌다.
"아, 예, 저는 소방대원입니다."
"무슨 일이 있나요?“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그 끝에 무거운 소식이 닿았다.
(몇 시간 전, 영도군)
낚시터 주변에 뜨거운 햇빛 속에서 발견된 시신
그와 반대로 차가운 현장을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은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충격으로 가득했다.
시신의 소지품 속에서 발견된 경찰 배지.
현장에 있던 소방관은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다.
(다시 현재로)
"여기 영도군 낚시터에서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말끝에 무거운 공기가 맴돌았다.
"...그렇습니까?"
짧게 들이쉰 숨, 목소리는 떨리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근데 시신의 소지품에 경찰 배지가 있습니다."
차갑게 떨리는 그 말 한마디는 모든 상황을 뒤집어 놓았다.
"경찰 배지라고요?"
사건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하지 않게 되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차 안)
전화를 받은 뒤 나는 무겁게 핸들을 잡았다.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아무 생각 없이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영도군의 유료 낚시터였다.
뜨거운 햇빛이 달군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묘하게 불안한 예감이 가슴을 무겁게 눌렀다.
(낚시터 현장)
“수고하십니다.”
현장에 도착해 소방대원에게 다가갔다.
"경찰 배지가 소지품에 있다고 들었는데요?"
소방대원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봉투를 건넸다.
“아, 네. 여기 신분증과 물품들입니다.”
그 봉투 속에는 경찰 배지와 신분증이 들어 있었다.
봉투를 열어 손에 쥔 경찰 배지는 무겁고 낯설었다. 신분증에 적힌 이름은 이용준, 강남경찰서 강력계 형사.
'강남... 강남에서 여기까지, 충청북도 영도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 짧은 문구는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왜 이 형사는 서울을 떠나 낚시터 같은 이곳에서 죽어야만 했을까.
(서울로 가는 고속도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서울로 향하기로 했다.
강남경찰서. 그곳에 가면 이 형사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울로 향하는 길. 차창 밖의 풍경은 빠르게 지나갔지만, 내 머릿속은 갈수록 혼란스러워졌다.
'왜...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이 사건은 단순한 사건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어쩌면 더 깊고 어두운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답은 강남경찰서에 있었다.
나는 그 답을 찾아내기 위해 가속 페달을 더 깊이 밟았다.
(고속도로 위, 전화벨 소리)
"띠리링..." 전화를 받았다.
"어 무슨 소식있어?" 나는 불안하게 물었다.
상대방은 잠시 머뭇거린 후 말을 이었다.
"아, 네. 그게... 이 사람 이미 실종 신고된 상태입니다."
"실종 신고라고? 형사가?"
"네, 7월 26일에 경부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사고로 충북 영동병원으로 이송되었다가 그 뒤로 실종됐습니다."
'교통사고... 그리고 실종이라니...' 복잡했던 내 머릿속이 더 복잡하게 얽혀버렸다.
"후..알겠어. 당장 충북 영동병원으로 가서 CCTV를 확인하고, 병원 관계자들 탐문 조사 시작해."
전화를 끊고 난 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마치 사건의 퍼즐 조각들이 손에서 미끄러지는 것처럼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았다.
'형사가 교통사고를 내고 실종되다니... 설마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떤 확신도 가질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사고로 끝날 리는 없었다.
무언가... 뭔가 더 있다.
(강남경찰서 도착)
어느새 차는 강남경찰서에 도착했다.
도로 위의 시간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처럼 느껴졌지만,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현실이 날카롭게 다가왔다.
이곳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
문을 열고 내리며 나는 다짐했다.
'이용준 형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야 한다.'
강남경찰서로 들어가자 나를 반기는 것은 어둡고 긴장된 분위기였다. 동료들이 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그의 마지막 발자취가 어디로 향하고 있었을지... 그 모든 답을 얻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강남경찰서)
강남경찰서에서 들은 답변은 기대와는 다르게 나를 더욱 혼란스럽고 어이없게 만들었다.
7월 26일, 이용준 형사가 야근을 했고, 그 후에 어떤 '임 씨'라는 사람과 술을 마셨다는 정보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몇 가지 단편적인 사실들만이 사건의 전말을 짐작하게 만들 뿐이었다.
서둘러 경찰서를 나와 임 씨를 만나러 향했다.
이제는 그의 입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
(임씨와의 만남)
임 씨와 마주한 순간, 나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임 씨는 그날 밤 이용준 형사와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술자리를 가진 목적은 그가 아는 부산의 정보원을 이용준 형사에게 소개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나는 부산 정보원에 대해서 자세히 물었지만, 그는 정보원에 대해서만큼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고 그날 밤 술을 많이 마신 두 사람은 결국 임 씨의 집에서 잠이 들었다고 한다.
다음 날, 늦잠을 잔 이용준 형사는 걸려오는 전화를 급하게 받으면서 일어났다고 한다.
강력계 팀장에게서 걸려 온 그 전화는 이용준 형사를 다급하게 만들었고, 그는 곧바로 임 씨의 집을 나섰다고 했다.
그리고 임 씨와의 대화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용준 형사와 임 씨가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얼마 전 업무상 때문에 알게 된 사이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체 이용준 형사는 왜 이렇게까지 그와 깊이 얽히게 되었을까?
도무지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
강남에서 부산, 그리고 충북 영동까지... 하나의 사건이 서로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장소와 사람들로 얽혀 있었다.
나는 다시 차에 올라탔다. 아직 모든 것을 설명해 줄 만한 명확한 연결고리가 없었다.
(전화벨 소리)
"띠리링..."
"병원 CCTV는 확인했나?"
상대방의 목소리는 다소 긴장된 기색이 엿보였다.
"아, 네. 병원 응급실 CCTV에서 형사가 급하게 문을 나서는 장면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잠시 머뭇거렸다.
"뭔 일이야?" 나는 불안한 마음에 물었다.
"오전 10시 43분에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를 지나 버스 전용 차선 위반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음... 그렇게 급할 일이 뭐였을까..." 나는 작게 혼잣말을 했다.
그때 상대방이 정보를 덧붙였다. "그리고 소지품에서 디지털 카메라가 발견됐는데, 사진을 확인해 보니 강남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던 절도 사건의 현장 사진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서울 톨게이트를 지나 급하게 달려가는 모습. 응급실을 나서는 긴박한 발걸음. 그리고 강남에서 조사하던 절도 사건의 현장 사진.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좋아, 알겠어. 혹시 새로운 소식이 생기면 바로 알려줘."
나는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잠시, 깊은 침묵 속에 차 안의 공기마저 무겁게 느껴졌다.
(차 안)
통화를 끊은 뒤, 나는 잠시 핸들을 잡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야근 후 임 씨와 술을 마시며 부산 정보원을 소개받았다... 그 다음 날 절도 사건 현장을 다녀오고, 부산으로 향하다가 사고가 났다...? 그리고 극단적 선택...?'
머릿속에서 사건의 조각들이 서로 맞물리지 않았다. 어디선가 잘못된 고리가 있는 게 분명했다.
뒤죽박죽된 퍼즐 조각들이 아무리 맞추려 해도 모양이 달랐다.
(카페에서의 만남)
그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이용준 형사 주변 사람들을 만나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만남은 작은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이용준 형사와 함께 교육받던 동기를 만난 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 형사가 말인데요, 요즘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어요."
그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사 문제 때문에 압박을 받았던 것 같고, 동료들과도 거리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자주 '여기 내 자리는 없는 것 같아'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이어 말했다.
"보통 강력계는 둘씩 짝을 지어 다니는데, 이 형사는 파트너가 없었어요. 고립된 느낌이 있었죠. 그래서인지 '지구대로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어요."
(집으로 가는 길)
탐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사무실에서 걸려 온 전화가 내 생각을 끊었다.
"이용준 형사의 차량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복구됐습니다."
"그래? 마지막 검색 기록이 뭐야?" 나는 급히 물었다.
"마지막으로 검색한 건 '부산 정비소'였습니다."
'부산 정비소?'
그의 목적지가 부산이었음은 분명해졌다.
하지만 그가 찾으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차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그보다 더 깊은 이유가 있는 걸까. 점점 더 많은 질문이 떠올랐고, 그 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나는 가속 페달을 밟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부산에서 찾아야 할 것은 단순한 정비소가 아니었을 것이다.
(집)
집에 돌아와 나는 의자에 앉았다.
손에 들린 볼펜을 조용히 굴리며 모든 생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노트 한쪽에는 조각조각 난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
'그는 지구대로 가고 싶어 했다.'
'26일 야근 후, 임 씨와 술을 마셨다.'
'다음 날, 강남경찰서가 아닌 사건 현장으로 갔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에 부산 정비소를 입력하고 출발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 충북 영동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치료 중 급히 나간 후 실종되었고, 시신은 낚시터에서 발견됐다.'
모든 사건의 흐름을 적어가면서, 나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왜 갑자기 부산 정비소로 가고 싶었던 걸까...'
불현듯 떠오른 기억
머릿속에서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밀어내려 노력하던 중, 갑자기 한 가지가 기억났다.
임 씨와의 술자리에서 부산 정보원을 소개받았던 순간. 부산 정보원, 그의 존재가 이번 사건의 핵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보원은 대체 누구였을까? 그가 무엇을 조사하고 있었던 걸까?'
나는 불안한 마음에 노트를 계속해서 덧붙여 적어 내려갔다.
그가 정비소로의 목적이 단순한 차량 수리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 정보원과 무언가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죽음과 이 모든 사건들이 단순히 우연으로 얽힌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텔레비전의 뉴스)
밤새 정리가 되지 않은 생각들 속에서 잠을 설친 채, 나는 아침에 텔레비전을 켰다.
“속보입니다. 26일 영도 낚시터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이용준 형사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경찰은 그가 여자 문제로 고민하다 무단결근 후 음주 상태에서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내고 죄책감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뉴스는 마치 내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는 것 같았다. '극단적 선택이라니...?'
그의 죽음을 이렇게 간단하게 규정짓는 그들의 결론은 너무나도 석연치 않았다.
이용준 형사가 왜, 어떻게,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에 대해 나는 더 깊이 파헤쳐야만 했다.
(이용준 형사의 유족을 찾아서)
더는 망설일 수 없었다.
이용준 형사의 유족을 찾아가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듣기로 했다.
머릿속의 혼란과 분노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의 마지막을 단순한 죽음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전화벨 소리)
“띠리링...”
전화를 받으며 급히 물었다.
"부검 결과 나왔나?"
상대방의 답은 아직이었다.
"오후에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사 결과, 차에 주유까지 되어 있던 걸로 확인되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잠시 멈칫했다.
"기름을 채웠다고...? 극단적 선택을 계획한 사람이 굳이 차에 기름을 채웠을 리가 없는데...알겠어. 부검 결과가 나오면 바로 알려줘."
전화를 끊고 나서도 나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결론을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차량에 주유가 되어 있었다는 것은 자살이라는 결론과 맞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다 엇갈리고 있었다.
분명 이용준 형사는 다른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왜 부산의 정보원과의 연결이 필요했던 것일까?
(유족과의 만남)
이용준 형사의 유족들은 분노에 차 있었다.
그들의 표정을 마주하는 것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
그들의 화살은 언론을 향하고 있었다.
"아니라니까!! 극단적 선택이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유족 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들어보세요, 제가 잘못 들은 건가요? 현장에도 가기 전에 경찰이 '만취 상태로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으니, 여자 문제로 처리하자'라는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 말에 나는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한가요?"
유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우리 용준이는 여자친구와 이미 오래전에 헤어졌고, 지난 두 달 동안 어떠한 연락도 없었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나가 주세요."
나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틈도 없이, 마치 쫓기듯 유족의 집을 떠나야만 했다.
그들의 분노와 절망은 나의 가슴에 깊이 남았다.
집을 나서며, 이용준 형사의 죽음을 단순한 죽음으로 여길 수 없다는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
그의 삶에서 갑작스럽게 일어 난 부산으로의 이동,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야 했다.
왜 그는 강남경찰서로 출근하지 않고 부산으로 향했을까? 그가 만나려 했던 정보원은 누구였을까?
이 모든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그가 처음으로 실종된 장소인 영동병원으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모든 것이 시작된 그곳, 그 병원에서부터 실마리를 찾기로 했다.
(차)
고속도로 위,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무엇인가 더 큰 무언가가 그 뒤에 숨겨져 있었다.
강남에서 부산, 그리고 충북 영동에 이르기까지의 그의 마지막 발걸음은 그가 전하려 했던 메시지였을지도 모른다.
(영동병원 앞)
영동병원 앞에 서서 나는 이번엔 직접 이용준 형사의 발걸음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영동병원에서 낚시터까지의 거리는 약 2.2킬로미터. 일반 성인 걸음으로도 3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그의 마지막 발자국을 더듬어 보듯, 나는 천천히 길을 걸었다.
길은 낯설고, 간간이 보이는 이정표조차 친절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용준 형사도 이 길을 처음 걸었을 텐데, 아무런 안내 없이 이 낯선 길을 걸어가 목적지를 찾았을까?
(택시의 등장)
그때였다. 한 택시가 지나가다 멈춰 섰다.
택시 기사가 창문을 내리며 나를 쳐다봤다.
"저기요. 어디까지 가시려나?"
나는 그에게 대답했다.
"유료 낚시터까지 가려 합니다."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길이 험해서 걸어가기엔 좀 어렵지요."
나는 그의 호의에 기대며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였다.
"혹시 이 사람을 본 적 있으십니까?"
이용준 형사의 사진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질문을 던졌다.
기사는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음… 처음 보는 얼굴인데요. 주변 기사들에게도 물어보죠."
그의 대답은 부정적이었지만, 어쩐지 더 알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택시 안에서의 대화)
택시에 몸을 싣고 낚시터로 향하는 동안, 택시 기사는 이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외진 곳인지, 사람들이 드물게 찾는 장소라는 것. 그가 전해준 정보는 이용준 형사의 행적을 더욱 의문스럽게 만들었다. 왜 그는 이 험난한 길을, 낯선 장소를 향해 걸어가려 했을까?
(낚시터)
낚시터에 도착했을 때, 나는 기사의 말에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스산했다.
그러나 이용준 형사가 여기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의 마지막 순간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이곳에서 무언가를 찾아내야만 했다.
사건의 실마리가 아직 이곳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기 시작했다.
물가를 따라 걸으며, 그의 마지막 순간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혼자서 이곳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생각하자 마음이 복잡해졌다.
어쩌면 이곳에 숨겨진 어떤 진실이 그를 이끌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진실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걸까?
낚시터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저기요, 27일, 28일, 29일에 여기에 사람이 없었던 적 있나요?"
질문을 받은 한 사람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여긴 밤에도 항상 사람들이 있어요. 혹시 그 자살한 사람 때문인가요?"
나는 잠시 멈칫했다. "아... 네, 맞습니다."
그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그날도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여기 물 깊이가 고작 1.5미터인데, 어떻게 사람이 물에 빠져 죽을 수 있는 거죠? 이 사람 팔자도 참 기구하네요."
1.5미터 깊이의 물에서 성인 남자가 익사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질 않았다. 마치 퍼즐 조각 하나가 잘못 끼워진 듯한 기분이었다.
'이용준 형사가 병원에서 이곳까지 어떻게 왔으며, 대체 왜 이곳에 온 걸까?'
그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비정상적이었다.
(전화벨 소리)
그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띠리링..." 나는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선배님, 부검 결과 나왔습니다."
"알겠어. 바로 갈께."
나는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
부검 결과가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까.
병원에서부터 낚시터까지의 그 미궁 속의 여정. 그가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작은 물가에서 목숨을 잃게 되었는지. 모든 의문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제발 그 결과가 지금껏 경찰에서 발표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사건을 이끌어 줄 수 있기를 바랐다.
이용준 형사의 죽음이 단순한 자살이 아닌, 다른 의미를 지닌 죽음이라면 나는 그 진실을 반드시 찾아내야만 했다.
나는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그 진실의 흔적을 밝혀내기 위해, 이번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사무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터저버릴 것처럼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부검 결과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음... 머리 쪽 출혈... 교통사고로 인해 생긴 출혈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보다 수상한 점은 목 부분에서 표피가 다발성으로 박탈되어 있다였다. '누가 목을 졸랐을까?'
나는 후배에게 물었다. "이 부분은 누군가 목을 조른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그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대답했다. "보통 사건이라면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말하겠지만, 이용준형사의 시신은 부패가 너무 심해서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1% 미만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익사 사고에서는 흔히 발견되는 플랑크톤이 발견되었습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1%였다고? 그럼 도대체 언론은 왜 음주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고 한거지?“
”그건...“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결과를 계속 읽어 내려갔다.
'흠.. 보통 익사한 사람에게서 부검 시 플랑크톤이 발견되긴 하지...'
하지만 내 머릿속의 혼란은 더욱 깊어졌다. 머리 출혈, 목의 자국, 혈중 알코올 농도 그리고 플랑크톤. 모든 것이 모순처럼 보였다. 익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수상한 점들이 많았고, 단순한 교통사고로 치부하기에는 이상한 요소들이 겹쳐 있었다.
나는 부검서를 내려다보며 마음속에서 여러 생각들이 얽혀들었다. 이용준 형사의 죽음이 정말 단순한 사고로만 설명될 수 있을까? 혹시 그 뒤에 누군가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가 강남에서 부산으로, 그리고 영동으로 이어진 그 여정은 그저 우연의 연속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부검 결과를 면밀히 살펴보던 중, 나는 또 다른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용준 형사의 플랑크톤이 뭔가 다르다...'
나는 후배에게 물었다.
"이거 이상한데??"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예? 어느 부분이요...?"
나는 결과지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이용준 형사의 폐에서 플랑크톤이 발견됐지만, 간, 신장, 비장, 골수에서는 플랑크톤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이 이상하잖아"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물에서 죽기 전에도 숨을 쉬었을 테니 폐에서 플랑크톤이 발견되는 게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요?"
그의 말은 얼핏 타당해 보였지만, 큰 허점이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람이 살아서 물에 빠졌을 때는, 플랑크톤이 폐뿐만 아니라 간, 신장 등 다른 장기들에도 흘러들어가게 돼있어."
후배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입을 벌렸다. "아니... 그럼, 이 사람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거운 진실을 말했다. "그렇지... 그는 이미 심장이 멈춘 뒤에 물에 들어간거야."
이 진실은 모든 것을 뒤집었다.
이용준 형사의 죽음은 자살로 처리될 수 없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는 이미 죽어 있었고, 이후에 물에 들어갔다.
이건 명백한 타살의 증거였다.
내 마음속의 의문은 이제 확신으로 바뀌었다. 누군가 그를 죽이고, 마치 자살처럼 위장한 것이 분명했다.
그는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한 것이 아니었고, 자살로 익사한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의 손에 의해 이곳에 이르렀다.
이제 나는 더욱 철저하게 이 사건을 파헤쳐야 했다. 처음부터 다시 조사를 시작해야 했다. 강남에서 부산, 영동, 그리고 이 낚시터까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지만, 내 시선은 부검 결과에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걸 국과수에 다시 팩스로 보내줘. 이용준 형사의 몸에서 나온 디틸륨은 바다에서 사는 플랑크톤이야. 시신이 발견된 낚시터는 민물인데, 이게 말이 되나? 부검 과정에서 시신이 오염되었다고 봐야 할까?"
후배는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곧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나는 소파에 앉아 천장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부산의 정보원을 소개받은 그 순간부터 시신이 발견되고,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 자살로 보기에 너무 많은 수상한 점들이 있었다.
(팩스 소리)
하지만 내가 찾을 줄 알았다는 듯이, 국과수에서는 부검 결과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오타가 발생했고, 최종 부검 보고서를 편집하는 것을 깜빡했다고 회신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문의 팩스가 들어왔다.
(팩스 소리)
팩스를 집어 든 나는 분노가 몸 안에서부터 터저버릴 것 같은 마음을 부여잡고 종이를 꾸겨버렸다.
”서...선배님 왜그러세요“
”아냐... 아무것도.“
나는 종이를 땅바닥에 버리고는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땅바닥 종이)
’더 이상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말 것.‘
그렇게 우리의 시간이 흘렀다.
2012년 12월, 그 후
(뉴스 소리)
"오늘 청주지검은 2년 전 낚시터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고 이용준 형사의 죽음에 자살을 의심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타살 또는 타인의 개입을 추정할 만한 근거도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렇게 사건은 끝이 났다.
진실은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
수많은 의문과 단서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채 사건은 종결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저 자살로 치부했지만, 나는 여전히 믿지 않는다. 그 어둠 속에 숨겨진 진실을.
이 영상을 보는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다. 우리 주위에 있는 진실들이 쉽게 묻히지 않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찾아나서기를. 우리 모두가 그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저 진실을 기다리며, 나는 또 다른 사건으로 향해 간다.
본 글은 2010년 7월 29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경찰서 강력1팀 소속 이용준 형사 미제사건을 재구성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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